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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쿠도넷


옛날 어느 산 기슭에 나무꾼 할아버지가 살고 있었습니다. 부지런하고 매우 착한 할아버지입니다. 어느 날, 여느 때처럼 산속에서 가서 쿵쿵 나뭇가지를 베어 넘어뜨리고 있는데 뒤에서,
“할아버지, 잠깐만.”
하는 고운 목소리가 들렸습니다.
“어.”
할아버지는 깜짝 놀라 뒤돌아보았습니다.
녹색의 예쁜 기모노를 입은, 무척이나 아름다운 아가씨가 힘없이 서 있습니다.
“저, 그 나무를 자르지 말아 주세요. 그건 저의 소중한 나무랍니다.”
“옳아 옳아, 그것 미안하구나. 자를 나무는 그 밖에도 많이 있지. 그러지, 그러고말고.”
“어머나, 기뻐라. 할아버지, 고마워요. 그럼 보답으로 차라도 드릴게요. 이쪽으로 오시지요.”
아가씨는 잰 걸음으로 걷기 시작했습니다.
할아버지가 뒤를 따라가니, 계곡 옆에 아름다운 집이 있었습니다.
“자, 들어오세요.”
할아버지가 응접실로 안내되어 가서 보니, 이미 맛있는 음식이 잔뜩 차려져 있습니다.
“할아버지, 이거 맛있는 술이랍니다. 많이 드세요.”
“흠, 이것 참.”
할아버지는 크게 기뻐하며, 술이며 음식을 들었습니다.
“할아버지, 저의 소중한 방을 구경시켜 드리겠습니다. 이리로 오시지요.”
그렇게 말하고, 안으로 데리고 가서 한 방의 미닫이 문을 열었습니다. 훌륭한 방입니다. 입구에는 소나무 장식이 되어 있고, 방의 상좌에는 커다란 (설)떡이 차려져 있습니다. 하고이타며, 연도 놓여 있습니다.
“이것은 1월의 방이랍니다. 다음은 2월의 방입니다.”
문을 여니, 오곡신을 장식되어 있고, 붉은 기둥문에 하쓰우마의 노보리가 펄럭이고 있습니다. 매화가 그윽한 향기를 내며 예쁘게 피어 있었습니다.
3월의 방은 히나마쓰리였습니다. 붉은 히나단에 히나인형이 놓여 있고, 삼색떡이며 단술에다 복숭아꽃도 장식되어 있습니다.
4월의 방은 벚꽃이 한창입니다. 아름다운 불당에, 아이들이 잔뜩 모여 감차를 들고 있습니다.
5월의 방은 사내아이의 명절입니다. 모모타로며 긴타로에다 말 탄 무사도 꾸며져 있습니다. 고이노보리가 하늘을 헤엄치고, 창포의 보랏빛 꽃도 아름답습니다.
6월의 방은 모내기입니다. 널찍한 논에 막 심은 가느다란 모가 바람에 하늘거리고 있습니다.
7월은 칠석날의 대나무 장식에, 여러 가지 소원을 적은 쪽지가 흔들리고 있었습니다.
8월은 달맞이, 억새가 장식되어 있고, 커다란 경단이 올려져 있습니다. 찌르륵, 찌르륵 하는 벌레 소리도 들렸습니다.
9월은 추수입니다. 많은 농부들이 익은 벼를 기쁜 듯 추수하고 있습니다.
10월은 온통 단풍입니다. 새빨간 나뭇잎에 저녁해가 비쳐 불타는 듯했습니다. 바람에 팔랑 팔랑 지는 것도 있습니다. 산에서 우는 사람 소리도 들립니다.
11월은 먼 산들이 눈으로 새하얗습니다. 곳간의 흰벽에 짚으로 꿴 곶감이 주욱 널려 있습니다.
12월은 떡을 치고 대청소를 하는 등 설날 준비로 몹시 분주합니다.
이로써 열두 개의 방을 모두 보았습니다. 그러자 아가씨는,
“할아버지, 저 지금 잠시 심부름을 다녀오겠습니다. 죄송하지만, 집을 봐주세요.”
“그러지.”
“열두 개의 방 중 아무 방이나 마음에 드는 곳에 들어가 쉬세요. 다만, 2월의 방만은 들어가지 말아 주세요.”
“그러지, 천천히 다녀와요.”
아가씨가 나가자, 할아버지는 즐거운 듯 차례로 이방 저방을 보고 다녔습니다. 하지만, 보지 말라고 한 2월의 방만은 결코 열지 않았습니다.
“다녀왔습니다.”
하고 아가씨가 돌아왔습니다.
“할아버지, 선물로 이것을 사 왔어요.”
그렇게 말하고 국자 하나를 내놓았습니다.
“이 국자는 신기한 국자랍니다. 밥을 짓고 싶을 때는, 솥에 물만 넣고 이 국자로 저으며, 밥아, 끓어라 하고 말하면 밥이 되지요.”
“허, 그거 편리하군.”
“단팥죽이 드시고 싶으면 단팥죽 끓어라, 단팥죽 끓어라, 하고 말하면 단팥죽이 됩니다. 찐 고구마든 밤 설탕조림이든 무엇이든 원하는 것이 있으면 그렇게 말하고서 물만 넣어 저으면 된답니다.”
“이거 고맙군.”
할아버지는 매우 기뻐하며 국자를 얻어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집에 돌아오자, 할아버지는 할머니에게 오늘 일을 자세히 이야기하고,
“자, 이걸로 뭐든 해 보구려.”
하며 국자를 건네 주었습니다. 할머니는 싱글벙글하며,
“나는 말이우, 단 단팥죽이 먹고 싶다우. 해 봅시다.”
일러준 대로 냄비에 물을 넣고 국자로 저으며,
“단팥죽 나와라, 단팥죽 나와라.”
하고 말했습니다.
순식간에 물은 팥소가 되고, 흰 떡이 떠올랐습니다. 둘은 후후 불어가며,
“맛있다, 맛있어.”
하고 먹었습니다. 그러자, 이웃 할아버지가 불쑥 들어왔습니다. 욕심이 많고, 심술궂은 할아버지입니다.
“굉장히 먹음직스러운 것을 먹고 있구먼.”
“마침 잘 오셨소. 자, 자, 단팥죽 드시구려.”
할아버지와 할머니는 부랴부랴 단팥죽을 내놓고, 신기한 아가씨의 이야기를 모두 들려주었습니다. 욕심꾸러기 할아버지는 무척이나 기뻐합니다.
“나도 국자를 얻어와야지.”
하며 이튿날 아침 일찌감치 가르쳐 준 산으로 떠났습니다. 어제 할아버지가 자르다 만 나무를 쿵쿵 자르고 있자, 들은 대로 아가씨가 나탔습니다. 이번에도 아가씨는,
“그 나무만은 자르지 마세요.”
하고 할아버지에게 부탁했습니다. 할아버지는 나무 자르는 것을 그만두었습니다. 그러자, 전과 마찬가지로 아가씨는 할아버지를 자기 집으로 데리고 갔습니다. 그리고 할아버지는 술도 마시고 음식도 먹고 난 후, 열두 개의 방도 구경했습니다. 이윽고, 아가씨는 집을 봐 달라고 부탁하고는,
“2월의 방만은 절대 보지 마세요. 꼭이요.”
하고 다짐을 하고 나갔습니다. 욕심쟁이 할아버지는 학수고대하고 있었습니다.
“2월의 방에는 그런 국자 정도가 아닌 굉장한 보물이 숨겨져 있는 게 틀림없어. 당장 찾아내어 달아나야지.”
서둘러 2월의 방으로 들어갔습니다. 그때 매화나무에 앉아 있던 한 마리의 휘파람새가,
“휘익, 휘리릭”
하고 외치듯 울려 날아올랐습니다.
순간, 모든 것이 하나도 남김없이 한꺼번에 사라져 버리고 말았습니다.